서태평양 노리는 중국 전략 대비
중 미사일에 미 항공모함 취약해
레이더에 안 잡히는 무인함정
5년 내 가동 위해 확보에 속도 내
미 해군 최종병기 무인함정
미 해군이 2025년을 목표로 창설할 유령함대의 핵심 전투체계. 사진은 어뢰와 각종 미사일을 탑재할 2000t급 대형 무인수상함.
가상전쟁 소설 『유령함대』(피터 W 싱어 등)에서 중국은 미국의 정찰·통신 위성을 파괴한 뒤 드론으로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한다. 미국이 눈과 귀인 인공위성이 파괴된 사이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잃는다. 중국은 하와이를 점령한다.
이에 미국은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함과 퇴역 함정으로 구성한 ‘유령함대’로 최후 반격에 나서 하와이를 되찾는다는 게 소설 내용이다. 이 유령함대(Ghost Fleet)가 실제 만들어진다.
미국이 2025년 창설을 목표로 최근 박차를 가하는 유령함대는 소설처럼 줌왈트함이 지휘한다.
그러나 함대의 나머지 함정은 퇴역 함정이 아니라 최첨단 무인함정으로 바뀐다.
진짜 유령함대가 맞설 상대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다. 미국이 유령함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의 대양전략과 강력한 미사일 때문이다.
중국은 2025년 이후엔 미국 함정의 제1도련선(필리핀-대만-오키나와-일본 남부를 잇는 선) 진입을 막겠단다.
중국과 제1도련선 사이의 바다는 누구든 자유 항행이 가능한 공해(公海)인데도 중국은 마치 자국의 내해인 것처럼 우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반접근거부(A2AD: 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에 따라 ▶미 해군이 제1도련선에 진입하는 ‘반접근(A2)’단계에서 접근을 막고 ▶진입 이후 ‘거부(AD)’단계에선 미사일로 미 함정을 격파한다는 것이다.
잠수함 킬러가 될 초대형 무인잠수정 에코 보이저.
중국은 거부단계에서 미국과 충돌에 대비해 동·남 중국 해안에 탄도미사일을 깔아놨다. 이 미사일 가운데 둥펑-21D와 둥펑-26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핵탄두가 미 항모나 이지스함의 상공에서 터지면 컴퓨터와 통신장치가 모두 고장 난다. 항모 기능은 마비된다. 둥펑-26(사거리 4000㎞)은 괌까지 날아간다 해서 ‘괌 킬러’로도 불린다.
중국은 미 항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동중국 해안에 길이 2㎞인 초수평(OTH: 수평선 너머까지 탐지) 레이더를 설치했다. 항모 탐지와 미사일 유도를 도울 무인정찰기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다급하다. 기존의 항모작전은 너무 취약해졌다. 중국이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로 미 항모와 이지스함을 격파하면 미국은 궁지에 몰린다.
신냉전으로 분위기에 따라 러시아가 가세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소설처럼 미국은 태평양의 절반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다. 그래서 미 해군이 고안한 궁여지책이 유령함대다.
스텔스여서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무인함정이어서 ‘유령’이다. 미국의 전략은 유령함대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 함정과 탄도미사일을 먼저 상대하고, 그 배후에 포진한 항모세력이 뒤처리하는 식이다.
무인함정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피격돼도 인명피해는 없다. 해상작전에서 따분하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무는 무인함정 몫이다.
미 해군 유령함대 작전
유령함대를 지휘할 줌왈트함(1만5700t)도 간단치 않다. 옆 면적은 축구장 넓이의 1.5배이지만, 스텔스 효과로 중국의 레이더에는 200t짜리 작은 어선으로 보인다.
그래서 줌왈트가 중국 함정이나 연안에 가까이 가기 전에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줌왈트의 수직발사대 80개엔 토마호크 미사일과 SM-2 지대함 미사일, 로켓형 대잠 어뢰(ASROC) 등이 있다.
미 해군은 2척인 이 스텔스함을 3척으로 늘린다. 줌왈트와 함께 유령함대를 구성할 무인함정은 수상함과 잠수정이다. 무인함정은 덩치가 작고 스텔스여서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유령함대는 중국이 배타적으로 고집하는 제1도련선 안쪽 해상을 휘젓고 다니며 중국 탄도미사일 기지와 항모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유령’ 그 자체다.
중국의 무인함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의 숙제는 무인함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는가다. 중국의 A2AD전략 발효 시기인 2025년까진 불과 5년이 채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은 지난 12년 동안 개발해온 무인수상함 등 무인함정 확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절차를 뛰어넘어 특별회계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무인함정 예산으로 2016년의 10배로 늘리고 사업명칭도 ‘PMS 406’으로 정했다.
무인수상함과 무인잠수정을 각각 4종류(대-중-소-초소형)씩 확보키로 했다. 2020∼24년 예산으로 45억 달러를 상정했다. 이 예산으로 무인함정 191척을 갖는다.
유령함대를 지휘할 1만5700t급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함. 유령함대는 최전선에서 중국 등의 함정과 탄도미사일을 상대하고, 미 항모타격단은 배후에서 뒤처리할 전망이다.
무인함정 가운데 미 해군이 우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시험용 무인함 ‘씨 헌터’(Sea Hunter)다.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한 씨 헌터는 길이 40m에 140t인데 잠수함 탐색에 탁월하다고 한다. 2018년 미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해 9600㎞를 성공적으로 항해했다.
지금은 국제해사기구(IMO) 해상충돌방지법규에 맞춰 실험 중이다. 씨 헌터 2번 함도 올해 미 해군에 인도한다. 씨 헌터는 시험용인 만큼 중국 대비에 앞서 미국 연안 방어에 투입한다.
씨 헌터의 시험을 마치면 곧바로 대-중-소-초소형 무인함 건조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대-중 무인함은 원해작전에 나머지는 미 본토 연안 방어에 활용한다.
중국 대응의 최전선에 나설 대표적인 미 해군 무인함은 대형 무인수상함(LUSV)과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이다.
미 해군은 LUSV를 선체 길이 60∼90m에 만재 2000t, 최대 속력 38노트(시속 70㎞)로 건조할 계획이다. 2척 건조에 올해 4억 달러를 올렸다. 2024년까지 총 10척 확보에 27억 달러가 투입된다.
LUSV의 수직발사대에는 대함미사일 SM-2(사거리 167㎞·마하 3.5),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700㎞·마하 10), 지상 타격용 미사일 토마호크(2500㎞), 로켓형 대잠 어뢰 등을 장착한다.
사실상 원격 무기고다. 기존 이지스함보다 훨씬 값싸고 내구성도 좋다.
미 유령함대 대표적 무인함정
XLUUV 성능도 만만치 않다. ‘에코 보이저’로 불리는 이 잠수정은 길이 15.5m에 배수량 50t인데 바닷속에서 무인자동항법으로 1만2000㎞를 간다.
이 잠수정엔 어뢰·대함미사일·토마호크 등을 장착하며, 기뢰 제거기능도 있다. 일반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훨씬 작아 중국 잠수함 ‘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로 적 수상함과 지상 표적까지 타격할 수 있다. 유령함대에서 LUSV와 함께 적 함대를 유린하기에 충분하다. 미 해군은 2024년까지 XLUUV 9척을 건조하기 위해 8억 달러를 투입한다.
하지만 해결할 문제도 많다. 무인함정에 대한 사이버 해킹, 호르무즈해협 등 복잡한 해역에서의 충돌 방지, 기존 함정계획 수정에 따른 내부 저항 등이다.
유령함대는 중국의 제1도련선을 두고 필리핀에서 한반도 사이 태평양에서 주로 활동할 전망이다. 한반도 유사시에 동해와 남해에서 작전할 가능성도 있다.
미 해군 유령함대와 중국 해군이 바다에서 부딪힐 날도 머지않아 보게 될 것 같다.
우리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체가 잠수함 대응용 심해 자율무인잠수정과 무인수상정, 기뢰제거 처리기 등을 개발 중이지만 여전히 초보 단계다. 종합적인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생명줄인 해상 수송로를 위협하는 중국, 핵무기를 탑재할 북한 잠수함, 일본 해군력 등으로부터 삼면 바다를 지켜야 하는데 군 당국은 한가해 보인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297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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