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비사 - 전차에 발사한 샘 대공 미사일.

 

적 항공기 격추 목적으로 개발한 대공 미사일을 전차에 발사했던 중동 전쟁의 해프닝을 소개한다.
 

 

1973년 10월 욤 키프르 전쟁 후반, 선제 공격을 했던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거센 반격으로 오히려 절절매며 패주하던 수에즈 운하 전투 때의 이야기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이집트 군의 대공 미사일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집트 군이 사용하던 소련제 대공 유도탄 SA -2[소련명 S-75 드비나 : 나토 코드명 가이드라인]는 1950년대 탄생한 현대 대공 유도탄의 원조 세대 유도탄이었다.
 
일반적으로 샘[SAM-SURFACE TO AIR MISSILE] 미사일로 불렸기에 여기서도 샘 미사일로 통칭한다.

 

SA-2 또는 S-75 드비나[소련명] 대공 미사일 - 현재는 원명인 S-75 드비나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 대형 유도탄은 50년대의 초보적인 전자 기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60년대 월남전부터 이미 그다지 명중률이 좋지 않은 유도탄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하지만 샘 유도탄은 운용 기간도 길었고, 세계 각처의 여러 전쟁에서 활약했었기 때문에 사상 최다의 전투 항공기를 격추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중동전에서도 소련에서 제공한 샘 미사일이 아랍 측에 의해서 대량 사용되었었다.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스라엘에 기습 선제공격을 가했다.

이집트 군은 일제히 수에즈 운하를 도하해서 이스라엘을 쫓아 내고 운하를 확보했고, 시리아는 북쪽 골란 고원 깊숙이 진격해 들어갔다.

 

수에즈 운하를 도하하는 이집트 기갑부대 이스라엘 군이 운하를 따라 구축한 제방은 이집트 군 공병들이 고압 물 펌프로 제거 했다.

 

남북 양면에서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은 먼저 공격 종심이 짧은 북쪽 전선에 총력을 기울여 시리아 군을 격퇴하고 다시 집중 된 전력을 남쪽으로 되돌려 이집트 군을 반격했다. 

이스라엘군의 전략은 수에즈 운하를 건너와 길게 방어선을 치고 있던 이집트 군의 빈틈으로 대병력을 침투시킨 뒤, 이집트 제3군의 배후를 우회하여 수에즈 운하 남단에 있는 수에즈 항으로 직행, 제3군을 완전 포위하는 것이었다.

 

수에즈 운하 도강 지점은 이집트 제2군과 제3군 사이의 그레이트 비터 호 북쪽이었다. 이 지점은 이집트 군의 방심으로 군 배치가 안 되어있는 곳이었다.

그레이트 비터 호수 북쪽을 뚫고 수에즈 운하 서안으로 침투한 이스라엘 기갑부대의 작전도

 

전설적인 아리엘 샤론 장군의 사단이 도하 작전의 선두에 섰다.

10월 16일 이스라엘 군은 기습적인 도하에는 성공했지만 도처에서 이집트 군의 저항에 고전했다. 그래도 역전 분투해서 도하점, 즉 수에즈 운하 서쪽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욤 키푸르 전쟁 때의 아리엘 샤론 장군 - 수에즈 운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아리엘 샤론은 나중에 국방상과 총리를 역임하고 2005년 뇌졸증으로 사망 하였는데, 사진이 총리 시절의 비만한 모습과 너무 대조가 된다

교두보를 확보한 아리엘 샤론 사단에 이어, 이틀 뒤인 10월 18일 도하한 브렌 사단이 이집트 제3군 포위를 위한 남진 공격을 주도했다.
브렌은 일부 중동 전사에 아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물로서 본명은 아브라함 '브렌' 아단[1926년생]이며 1948년 독립전쟁 때부터 일선에서 활약하던 노장이다.

아브라함 브렌 아단 소장이 지휘하는 162사단은 가비 여단, 나트케 여단, 아리헤 여단등 3개 전차 여단과 배속받은 기타 부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하 운동의 선두에는 신속한 기동을 명받은 가비 여단이 있었다. 그 서쪽에 병렬한 나트케와 아리헤 여단이 부채살처럼 퍼져 가비 여단의 측면을 엄호하며 역시 같은 방향인 남으로 진격해 갔다.

  

M 48전차.이스라엘 전차중 주력의 하나인 센츄리언 전차는 북부 전선에 배치되었고 다른 주력인 M 48과 M 60은 남부 전선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센추리언과 슈퍼 셔먼 전차도 소수 전개되어 수에즈 반격전에 참가했다.] 자국산 레오파드 전차로 장비 교체를 한 서독에서 M48 A3형을 구입해서 

개조한 것들이다.

남으로 진격하는 이 여단들은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수에즈 운하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집트 군의 미사일 포대 벨트가 구축되어 있었다. 이 포대들은 6일 전쟁 전부터 설치 된 것으로서 6일 전쟁 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주도했던 소모전[War of Attrition]때 대폭 강화되었었다.

수에즈 운하를 따라 밀집된 미사일 포대는 이스라엘 공군기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었는데, 이스라엘 공군이 마음 놓고 지상군의 진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미사일 벨트를 제거해야만 했었다.

남진하는 브렌 사단의 전차 부대는 이 미사일 포대들을 한 개도 남기지 말고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가비 여단은 우선 남쪽을 향하여 쾌속 기동하라는 주 임무가 주어졌지만 미사일 포대 파괴도 중요한 임무로 부여되었다. 가비 여단은 진격로에 위치한 미사일 포대들을 찾아내 전차포로 남김없이 해치웠다.

 

진격보다 적 저항 부대를 격멸하여 가비 여단의 측면을 확보하고 미사일 포대를 완전 파괴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나트케 여단과 아리헤 여단도 가비 여단 왼쪽에서 부채 살처럼 퍼져 서서히 남진하며 이집트 미사일 포대들을 색출해서 파괴했다.

 

미사일 포대 격멸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하 다음날인 19일 아침부터 이스라엘 공군은 적의 미사일 반격 없이 수에즈 운하를 도하한 이스라엘 기갑부대의 전진을 공중 지원할 수가 있었다.

 

이스라엘 기갑 부대의 수에즈 운하 도하 

19일 오전. 이스라엘 기갑 부대는 수에즈 운하에 연한 군사 거점인 파이드 공군 기지의 외곽 활주로를 점령했다. 

점령한 파이드 외곽에 방어 병력을 잔류시킨 가비 여단은 계속 남진해서 제네파 힐을 공격했다.

이곳에서 적 전차 부대의 강한 공격을 받았지만 이들의 제거는 서쪽에서 전개해서 남하하는 나트케와 아리헤 여단들에게 맡기고 가비 여단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적의 미사일 포대를 찾아 파괴하며 계속 남으로 진격해갔다.

이스라엘 군이 수에즈 운하 도하 후 파괴한 미사일은 거의 대형인 샘 [SA-2]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 포대는 SA -6 처럼 이동식이 아닌 고정식이었기 때문에 꼼짝없이 전차포에 당해야했고 미사일 조작 요원은 전차포의 밥이 되기 전에 모든 것을 버리고 도주해야했다.

 



이집트 군의 SA-2 미사일,1985년 사진(이것은 반 이동식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네파 힐 전투에서 가비 여단은 희한한 경험을 했다.

적의 미사일 포대에 공격해 들어 가자 갑자기 미사일 한발이 화염을 끌며 M48 전차 위로 날아왔다.

 

이스라엘의 전차 돌격에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었던 이집트군이 목측(目測)으로 전차를 조준하고 샘 미사일을 수평으로 발사했던 것이다.

미사일은 화염과 비행 소음을 끌며 선두 전차 소대 상공을 손에 잡힐 듯이 낮게 날아갔다. 전차병들에게는 전율스러운 공포를 주었지만 이렇게 발사한 미사일이 명중할 리가 없었다.

미사일은 몇 킬로를 더 날아가서 후속하는 브렌 사단 본부 옆 400미터 지점에 떨어져 큰 폭음과 함께 폭파되었다. 포대는 전차에 유린되고 남은 시설들은 남김없이 105mm 포에 박살이 나버렸다.

 

브렌 장군이 독립 전쟁 때 점령한 에이라트 항에 이스라엘 기를 게양하고 있다. 

현장에서 잉크 두 병을 써서 급조한 깃발로 잉크 기로 불리며 이 사진은 유황도 수리바치 산의 성조기 게양과 같이 이스라엘에서 아주 유명한 사진이다.

 

후방 차단과 포위의 위협 속에 이집트 제3군은 수에즈 운하 서쪽으로 기계화 사단을 내보내 이스라엘군의 진격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21일 낮부터는 아직 포위망이 완결 되지는 않았으나 이스라엘군은 수에즈 운하 동쪽 시나이 쪽으로 건너가 있던 이집트 제3군의 후방 보급선을 실질적으로 모두 차단했었다.

22일, 이런 미진한 상태로 휴전이 되었으나 이스라엘은 휴전을 깨고 다시 남으로 진격해서 포위망을 완결시켰다.

두 번째의 휴전은 24일 발효되었다. 그 후 수에즈 운하 건너의 이집트 제3군은 식량과 식수들을 이스라엘군의 특별 허가를 득한 뒤에 보급 받아야 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출처: https://mnd-nara.tistory.com/132?category=332956 [N.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