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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 - 젖어있는 축구복 나일롱2022-01-27 16: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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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서 1998년 사이 겪은 일입니다.

 

제가 복무했던 부대는 블랙호크, UH-60 헬기를 운용하던 육군 항공단이었습니다.

 

지금은 부대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제가 복무할 무렵, 부대에서는 헬기 추락 사고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추락 사고 이후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기사나 사건 기록을 찾아보시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육군 소속이지만 병력 수송용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부대였던만큼, 간부와 사병의 비율이 50 대 50에 가까울 정도로 간부가 많은 부대였습니다.

 

사병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보니 하루에도 경계근무를 여러번 나가기도 하고, 재수가 없으면 2교대로 들어가는 말뚝 근무도 심심치 않게 잡히곤 했습니다.

 

저는 상황실에 근무했기에 평소에는 경계근무를 서지 않았지만, 대규모 작전 등으로 부대에 인력이 모자라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초소 경계근무에도 끌려가곤 했습니다.

 

 

어느날, 대규모로 진행된 야간 헬기 작전에서 부대 소속 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보통 헬기가 추락하면 조종사와 승무원은 십중팔구 유명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탑승자 중 절반이나 생존했습니다.

 

 

사고 조사에 따르면 헬기가 추락하기 직전까지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돌려 자신이 탑승한 쪽으로 헬기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반대편에 타고 있는 부조종사와 승무원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야간에 저공 전술 비행 도중 고압선에 걸리게 되면 낙하산을 펼 시간조차 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작전 개시 전 고압선의 배치와 송전탑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선발대가 현장에서 각종 무장과 조종사 및 승무원의 유품 몇가지를 회수해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우연히 순직한 정조종사가 착용한 헬멧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밤에 났던 탓에 그러려니 생각했죠.

 

저는 추가 사고 처리 및 작전 지원 등으로 인해 인력이 모자란 탓에, 야간 경계근무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도중, 희끄무레한 사람 같은 무언가가 초소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야음 속이라 확실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 수하를 통해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상황실에 보고를 하고, 지시에 따라 후임병에게 초소를 지키도록 한 뒤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근접해도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 겁니다.

 

그 형상이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은 없었는데, 제가 걷는 속도와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km 거리를 추격 아닌 추격을 하며 따라가다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그 사람 같은 무언가는 연병장을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가더니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확인한 거라곤 그 무언가가 사라지기 직전, 입고 있던 것이 부대 축구복이었다는 것과 등번호 뿐이었습니다.

 

상황실에는 사라졌다고 보고를 했지만, 당연히 피로나 수면 부족으로 헛것을 본 것으로 치부되어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사실 부대 내에 활주로가 있다보니 가끔 아지랑이나 신기루 같은 게 보이는 일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대형 추락 사고가 벌어진 상황이다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죠.

 

며칠간 정신없이 사고 수습으로 시간이 흐른 뒤, 부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축구 시합이 열렸습니다.

 

 

무심코 경기를 지켜보던 중, 며칠 전 봤던 무언가가 입고 있던 축구복의 등번호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의 축구복 등번호였습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저는 경계근무 당시 상황실에 있던 간부를 찾아갔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기에, 제가 본 것들을 그대로 털어놓았죠.

 

이야기를 듣자 간부도 얼굴이 파래져서, 같이 순직한 조종사의 유품 추가 수습을 겸해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비넷을 열어보자, 각자마다 고유한 등번호를 받아 한벌만 존재할 터인 축구복이 걸려있었습니다.

 

 

캐비넷 속에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 옷만 축축하게 젖은 채.

 

보통 부대 축구복은 해당 등번호를 받은 간부가 전출을 갈 때 반납하고, 전입한 간부에게 물려주곤 했는데, 

그 옷만큼은 나이 많은 주임원사가 따로 가지고 나가 조용히 처리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날 밤 보았던 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470?category=350133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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