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뿐 아니라 노화를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시간 제한 섭식(TRF·Time-Restricted Feeding)’을 시험한 결과 최대 18% 수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9월호에 실렸다. 초파리는 인간과 약 70% 이상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초파리를 총 4개의 그룹으로 구성했다. △ 24시간 제한 없이 섭식 △ 낮 12시간 동안 섭식 후 밤 12시간 금식 △ 24시간 금식 후 24시간 섭식 △ 밤을 포함해 20시간 금식 후 28시간 섭식(TRF) 등이다. 그 결과 20시간 금식을 한 수행한 초파리 그룹에서 암컷은 18%, 수컷은 13%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다른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수명 연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밤에 금식하는 것이 중요했다. 밤에 금식을 하다 낮에 음식을 먹은 경우 수명이 연장됐지만, 낮에 금식하고 밤에만 먹는 경우에는 수명이 늘지 않았다. 즉 하루 종일 굶다가 야식 한 끼 먹는 것은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연구진은 야식이 수명 연장에 방해가 되는 이유로 ‘자가포식(Autophage)’을 꼽았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부의 노폐물 등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노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금식을 하는 동안 일어난다.
문제는 자가포식이 밤에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자가포식은 일주기 시계에 의해 조절된다”며 “밤에 단식을 해야 자가포식이 정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진이 실험을 시작한 지 40일 후 초파리의 근육을 관찰한 결과, TRF를 수행한 초파리 그룹에서 노화 관련 단백질의 응집이 눈에 띄게 적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노화로 인한 근육, 뇌 신경세포(뉴런)의 기능 감소를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의 등반(登攀) 능력을 확인했다. 그 결과 TRF 수행 초파리는 24시간 제한 없이 섭식한 초파리 그룹에 비해 기능 감소가 적었다.
또 노화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장 줄기세포의 과증식, 장내완전성(intestinal integrity) 등을 확인했다. 노화가 진행되면 장 줄기세포가 과도하게 분열하며 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종양을 만든다. 장내완전성은 장 세포가 단단하고 치밀하게 결합해 있는 상태를 이른다. 연구진은 TRF 수행 초파리의 장 노화 바이오마커 수치가 다른 그룹보다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그간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노화 방지법은 ‘칼로리 제한’, 즉 소식(小食)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보다 섭식을 하는 시간과 기간을 조절하는 것이 노화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였다. TRF 프로그램을 수행한 초파리가 24시간 제한 없이 먹이를 섭취한 그룹보다 더 많은 양의 먹이를 먹었지만 수명은 더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시라수 히자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는 "힘들게 먹는 양을 줄이는 것보다 먹는 시간을 조절하는 편이 지속가능성이 크다"며 "밤에 음식을 먹지 않고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게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1&oid=015&aid=00046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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